나의 해양도시문화탐방
거리와 건축
거리와 건축
고즈넉하고 잔잔한 가을 소리가 들리는 곳
수정(일본식 가옥)일본 전통 주택 형식으로 지어진 정란각에서는 곳곳에서 아기자기함과 여유로움이 묻어 나온다. 단순히 역사적, 학문적으로 중요할 뿐만이 아니라 은은한 차 한 잔과 잔잔한 가을 소리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 시켜주는 힐링의 장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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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정동에 위치하고 있는 일본식 가옥인 정란각은 1943년 섬유공업 및 무역 회사들의 중역을 역임한 다미다미노루에 의해 지어졌으며, 부산 철도청장의 관사로 쓰이기도 했다. 이 건물은 그 당시 일본 무사계급이 사용한 일본식 서원 건축 양식인 쇼인즈쿠리 양식으로 지어졌다.
부산 수정동 일본식 가옥 입구
부산 수정동 일본식 가옥 입구
전체적으로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흰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이는 계단을 올라 정문으로 들어가면 일본식 정원 뒤로 맞배지붕으로 되어있는 대문이 3칸이 있고 2층으로 이뤄진 몸채 1동이 남쪽을 향해 있다. 몸채 현관의 오른쪽은 벽돌로 지어져 있으며 이를 제외한 대부분은 일본식 목조 주책으로 지어졌다. 몸채의 1층은 일부 공간이 온돌방으로 개조되었으며, 2층은 전형적인 일본 전통 주택 형식의 툇마루(엔가와)와 장마루를 설치한 복도와 다다미가 깔려있는 실내에는 도코노마, 쓰게쇼인, 명장지, 일본식 창호 문양 등의 세부적인 장식이 원형 그대로 보존이 잘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일본식 건축물 중 규모, 고급 일본식 건물의 의장 요소, 공간 구성 면에서 띄어나 일제 강점기 근대 주택 건축사 및 생활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부산 수정동 일본식 가옥 내부 일본식 다다미
부산 수정동 일본식 가옥 내부
부산 수정동 일본식 가옥의 오른쪽 부분
1960~70년대에 정란각은 일본인 관광객들을 위한 고급 요릿집으로 운영되면서 일본 고위 관리들이 주로 찾았고, 한국인은 출입이 금지됐다. 그러다 2007년 7월 3일, 등록 문화재에 제 330호로 등록되었으며 2010년에는 문화재청이 건물과 주위 부지를 매입하여 2012년부터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관리를 맡으며 시설을 복원했다. 이후 2016년 6월부터는 낮에는 카페(주로 찻집)로 밤에는 사전 예약하면 게스트하우스로 이용할 수 있는 ‘문화 공감 수정’으로 이름을 탈바꿈하여 운영되었다. 그래서일까 정란각 안에는 옷장과 일본식 목재욕조(히노끼)가 화장실에 배치되어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안타깝게도 보안상의 이유로 밤에 운영되던 게스트하우스는 잠시 중단되었다.
부산 수정동 일본식 가옥 내부
부산 수정동 일본식 가옥 일본식 목재욕조(히노끼)
정란각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가기 전 담벼락에 붙어 있는 포스터들에는 그 동안 정란각이 촬영지로 쓰였던 작품들이 나란히 붙어져있다. 장군의 아들부터 시작해 가수 악동 뮤지션의 ‘악뮤 사춘기’ 앨범 표지 촬영,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배우 최민수의 집으로 등 여러 방면으로 촬영지로 활용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건 가장 최근에 촬영되었던 가수 ‘아이유’의 ‘밤 편지’ MV(뮤직 비디오)촬영이다. ‘밤 편지’라는 노래가 흥하면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정란각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졌는데, MV에서 아이유의 조근 조근 속삭이듯 노래하는 맑은 음색과 아날로그적 영상미로 정란각의 낮과 밤, 곳곳의 풍경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아련하고 아름답게 담겼기 때문이다.
문화공간 수정 - 촬영지로 쓰인 작품들
부산 수정동 일본식 가옥 내부
이렇듯 아이유 촬영지로써 최근 다시 유명세를 타게 된 정란각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나 또한 처음 이곳을 방문하기로 결정한 큰 이유 중 하나도 ‘아이유의 밤 편지 MV 촬영지’ 였기 때문이었다. 아기자기하게 잘 다듬어진 작은 정원을 지나 정란각 안으로 들어가니 ‘밤 편지’가 절로 생각나면서 흥얼거리게 되었다. 마치 내가 누군가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이 담긴 과거의 자신이 쓴 편지를 읽고 전해지지 못한 마음을 보며 씁쓸해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인 그 뮤직비디오 주인공이 된 마냥. 1층을 지나 일본식 주택 형식의 원형을 잘 갖추고 있다는 2층에 올라가니 정말 말 그대로 일본의 어느 한 가정집이 펼쳐져 있었다. 구석구석 정성스러운 손때가 묻은 방들과 넓은 창문들로 느긋하게 걸어들어 오는 햇빛이 아지트 같이 곳곳의 숨어있는 구석구석까지 안을 비추고 그 여유로움을 한 잔의 차와 함께 조용히 즐기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덩달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절로 편해졌다.
1층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카페에서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으로 할머니 분들이 운영하고 계시는데
세련되고 화려하게 많은 종류는 없지만 느릿하고 편한 정성이 가득 담긴 음료와 다과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 와서 굳이 차를 사지 않아도 편히 둘러보고 가라던 친절한 말씀과 잔잔한 가을 소리와 함께 정란각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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