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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문학관에서 부산을 느껴보세요
요산 문학관부산이 낳은 문학가 김정한 선생의 생애와 문학작품을 보고자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 바로 요산 문학관이다. 요산 문학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문학적 정취를 느끼며 문학관과 김정한 생가를 방문하러 가는 발걸음이 즐겁다. 부산의 3대 문학관이라 불리는 이곳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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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사랑한 문학가 요산 김정한 선생 – 요산 문학관
필자는 평소 미술관이나 연극 등 문화생활을 많이 즐기러 다니는 편인데, 최근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 문학관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나섰다. 내가 방문한 곳은 우리에게 「모래톱 이야기」로 익숙한 김정한 선생의 문학관이다. 김정한 선생의 호를 따서 만든 ‘요산문학관’과 김정한 선생의 생가 방문 길에 올랐다. 「모래톱 이야기」는 수능 공부를 했던 학생이라면 한 번쯤 꼭 봤을 소설이다. 필자는 고등학생 때 여러 소설을 공부하면서 「모래톱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았는데, 부산의 향토적인 색채가 깊게 묻어나며 사투리 또한 사실적으로 나타나 있어서 굉장히 인상 깊게 보았던 소설이다.
지하철 입구부터 시작되는 요산 문학로
요산 문학로를 따라 걸으며
요산 문학관은 남산동 범어사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정확한 주소는 ‘부산광역시 금정구 팔송로 60-6’이다. 범어사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요산 문학로’를 볼 수 있다. 요산 문학로를 따라 15분 정도 걷다 보면 요산문학관을 찾을 수 있다. 필자는 일부러 사람이 많이 없을 시간을 노려 아침 일찍부터 문학관을 찾았는데, 아침이라 그런지 문학관을 가는 길이 힘들게 느껴졌다. 경사로가 많아서 그랬던 것일까. 문학로를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볼 수 있다. 필자는 길을 걸으며 문학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지나가는 동네 주민들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찍기도 했다.
요산 문학로
요산문학관 입구
그렇게 가을 아침 공기를 마시며 도착한 요산 문학관. 문학관 주변에는 주택가로 가득 차 있어 문학관이라 하지 않으면 주택가들 중 하나라고 착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관 바로 옆에 있는 한 주택에 거주하시는 아저씨께서 감나무 열린 감을 따는 걸 보고 문학관을 들어가기 전부터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며 감상적일 수 있었다.
문학관은 생각보다 작았고, 문학관 입구 앞에는 김정한 선생의 생가가 바로 눈에 띄었다. 생가에는 누군가 들어가 있는지 흰 고무신, 검정 고무신 두 켤레가 보였고, 필자는 혹여나 누가 될까 봐 생가를 조용히 눈으로 감상했다. 잔디와 노랑 꽃, 벌 등 자연과 너무나 조화로웠던 생가. 이곳에서 김정한 선생이 살았던 어린 시절이 마치 지금 펼쳐지듯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김정한 생가
사랍답게 살아가라
생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요산 문학관. 문학관을 올라가다 보면, 김정한 선생의 동상이 보이고 그 뒤로는 김정한 선생이 살아 계실 때 하셨던 말인, ‘사람답게 살아가라’가 보였다. 그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으로 남겼다. 시간을 잘 맞춰 갔는지, 문학관에는 그날 내가 첫 손님이었다. 직원분께서 아침 일찍부터 오느라 밥을 못 먹었지 않았냐며, 네게 우유 두 잔을 건네주셨다.
그렇게 아침부터 정겹고 따스함을 받으며 요산 문학관 전시실로 향했다. 2층에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공간이 조금 협소했다. 그러나 전시실 내용은 굉장히 풍부했는데, 한쪽 벽면에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과 함께 김정한 선생의 일대기를 잘 전시해두었고 다른 한쪽 벽면에는 김정한 선생이 그동안 써온 문학작품들과 관련된 부산의 장소들이 설명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김정한 선생의 소설 「사밧재」(1971)이다.
요산 김정환 선생님 흉상
요산 김정한
「사밧재」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일제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강제된 창씨 개명과 학병지원 문제를 통해 민족의 저력과 저항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밧재는 요산문학관 뒤편의 금정산 자락을 오른편으로 휘돌아 부산 동래와 양산을 잇는 옛 국도에는 안팎 오르내리기가 20리나 되는 길이었다고 한다.1)
어느 겨울날, 동래에 사는 송 노인이 해수병으로 고생하는 누님을 위해 약을 구하여 병문안에 나선다. 추운 바람을 맞으며 길을 가던 송 노인이 신작로를 오르는 버스를 타게 되면서 사건이 일어나는데, 버스가 힘에 부쳐 고갯길을 넘지 못한다. 이에 학병 지원자들과 그들을 호송하는 일본인과 조선인 순사를 제외한 모든 승객들은 내려서 버스를 밀게 된다. 그러나 운전사의 실수 때문인지 버스는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독자들은 아마 이 내용을 보면 ‘이심전심’이라는 말을 생각하며 버스가 왜, 어떻게 떨어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이 이야기를 보면서 약간의 미소가 띠어지며 절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여기서, 송 노인이 걸어갔던 길은 지금의 노포동 전철역 건너편에서 시작하는 1077 지방도로라고 한다. 이 도로를 타고 가면 ‘메깃들’을 만나게 되는데, 요산 김정한 선생은 외가와 처가를 가기 위해 이 들을 지나야 했으며 1932년 양산농민봉기사건의 진원지인 이곳은 선생의 학업을 중단시킨 원인이 된 공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이곳에는 양산 신도시가 들어서고 대규모 화물기지가 자리하고 있어 옛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고 한다. 양산농민봉기 사건의 진원지라는 중요한 의미가 담긴 공간이 현재는 모습을 감춘 채 사라졌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간들은 잘 보존해서 후손들이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필자가 이 이야기를 인상 깊게 본 이유는 내가 사는 동네(정확히 말하면 금정구)를 배경으로 문학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했다. 문학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배경은 항상 특별한 곳 일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사밧재」 외 다른 요산 선생의 문학작품들도 그렇지만 ‘내가 사는 공간이 문학의 배경이 될 수도 있구나’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문학작품에 관한 내용과 함께 곳곳에 김정한 선생의 문학에 나오는 구절을 새긴 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글귀가 새겨진 도자기와 함께 어우러져 문학작품들은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또 다른 벽면에는 김정한 선생이 살아계실 적에 실제로 소장하고 계셨던 책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전시실 중간 공간에는 그의 명함, 그가 항상 들고 다녔던 물품, 일본으로 유학을 갔을 때 어머니에게 썼던 한글 편지, 그의 통장, 그가 지은 교과 등 다양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필자는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는데, 바로 그가 쓴 고려사 연대표이다. 요산 김정한 선생은 역사 장편소설인 「삼별초」를 집필하기 위해 고려사를 직접 작성하였다고 한다. 여기에는 1014년 현종 5년부터 1273년 원종 14년까지 월별로 구분하여 주요 사건을 꼼꼼히 적었다고 한다. 두루마리를 연상시키는 이것을 보고 처음에 필자는 조선 시대부터 내려오는 집안의 가보 같은 것인 줄 알았다. 역사 소설을 쓰기 위해선 그 누구보다 역사를 잘 알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꼼꼼하게 체계적으로 고려의 연대사를 작성한 것을 보고 정말 놀라웠다.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수고가 정말 많이 있다는 걸 직접 보고 알 수 있었고, 작가들의 피와 땀이 책 한 권에 얼마나 많이 담기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요산문학관 내부 전시물
요산문학관 내부 전시물
우리 학과(국어국문학과) 전공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들은 늘 역사적인 사건들을 간단하게 정리하여 문학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신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야 필자가 역사 공부를 해야겠다고 느끼게 된 게 문학과 역사는 떼레야 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학은 그 시대와 사회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고, 또 시대 상황에 따라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이는 것이 바로 문학이기에 역사와 문학은 마치 한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산의 3대 문학관이라 불리는 ‘요산 문학관’을 방문하고자 했던 선택이 정말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필자는 연극, 뮤지컬, 미술관, 전시관 등을 자주 가지만 문학관이라는 곳은 정말 생소했다.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기행을 매년 가고 있지만, 필자는 그때마다 다른 일로 인해 시간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는데, 이렇게 개인적으로라도 문학관을 자주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여행을 좋아해서 국외, 국내 여행을 많이 가는데 갈 때마다 그곳의 문학관을 꼭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문학관을 방문했기에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는데, 요산 김정한 선생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곳이 김정한 선생이 살았던 공간이라 더욱더 그와 진하게 교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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