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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아는 만큼 보인다! -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구룡포(九龍浦)는 포항시의 동남쪽에 있는 읍으로, 한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용에 관련된 흥미로운 전설을 안고 있다. 바로, 신라 진흥왕 시기 바다에서 10마리의 용이 승천하다가 한 마리가 떨어져 구룡포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구룡포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는데,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최적의 어업기지로 떠오르고 수산업에 종사하는 일본인들이 대거 몰려왔다. 지금도 일본식 가옥들의 흔적을 구룡포 우체국 옆쪽 골목에서 볼 수 있는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찾을 수 있다. 게다가 구룡포공원에서는 구룡포 앞바다와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구룡포 해녀들의 이야기도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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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근대역사관 입구.
그중 구룡포에서 손에 꼽는 부자였던 ‘하시모토 젠기치’가 지은 2층의 일본식 목조 가옥은 ‘구룡포 근대역사관’으로 남아있다. 건물 내부는 부엌, 거실, 화장실, 방 등 당시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00여 년 전 이토록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건물에 거주했던 이들의 삶은 어떠했을지 궁금했고, 조선인들에게 했을 태도가 어떠했을지 생각하자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중심부에 있는 구룡포공원에서 조선인들이 당한 고통과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일본인이 세운 신사와 ‘도가와 야사브로 송덕비’가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해방 이후 구룡포 청년들로 구성된 대한청년단 30여 명은 신사를 부수고 송덕비에는 시멘트를 부었다. 일제강점기에 친구들은 군대로 징집되고 마을 여자들은 정신대로 끌려간 것이 이유였다. 이후 신사가 있던 자리에는 6.25 전쟁 때 대한민국 순국선열을 기리는 ‘충혼탑’이 세워졌다. 일제강점기에는 구룡포공원으로 가는 계단 양쪽 돌기둥에도 일본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해방 이후 구룡포 주민들이 그것을 돌려세우고 시멘트로 덮은 뒤 충혼각을 세우는 과정에 도움을 준 후원자들의 이름으로 바꿔 새겼다고 한다.2)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1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2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3
구룡포공원에서 구룡포 앞바다를 내려다보니 마을이 훤하게 내다보였다. 문득 이 바다 근처 마을인 구룡포에는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도 있지만 긴 세월 동안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보다 더 오래전인 선사시대 유적인 고인돌에서부터 조선 말기부터 말을 길렀던 목장의 흔적 등 오랜 역사가 있는 지역이었다. 그중 구룡포 바다에서 물질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해녀들의 삶을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다. 구룡포 해녀들은 현재 고령화 진행과 젊은 사람들이 물질을 배우려 하지 않는 이유 등으로 그 수가 많이 감소한 상태라고 한다. 어쩌면 10-20년 사이에 구룡포읍을 비롯한 여러 어촌마을에서 해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당장에도 구룡포 앞바다에는 해조류가 부족해서, 전복치패를 방류하여 양식하는 실정이다.3)
구룡포에서는 고등학교 근처에 해녀들이 운영하는 전복집이 모여 있는데, 모든 가게의 간판에 ‘해녀‘라는 글자가 포함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 한 식당에 들러 전복죽을 먹어보았다. 녹색의 진한 전복죽은 그 맛 자체로도 일품이었지만, 더욱더 감동적인 마음이 들었다. 차가운 바다에서 이승과 저승을 오간다는 ‘숨비소리’를 내쉬며 작업을 해야 했던 해녀들의 삶을 떠올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복죽을 먹으러 간 것과 같이 여행을 더욱 행복하고 풍성하게 하는 것으로는 식도락이 빠질 수 없다. 식도락은 ‘食道樂’ 한자 그대로 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구룡포는 대게, 오징어, 과메기, 고래 등 여러 수산 생물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식도락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지역이다. 이에 걸맞게 구룡포 시장도 형성되어 있고, 시장 근처에 대게를 파는 집들은 전국 유통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증명하듯 빽빽하게 모여 있다.
과메기 덕장. 참고로 덕장은 널이나 막대기 따위를 나뭇가지나 기둥사이에 얹어 만든 선반인 덕을 메어 놓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구룡포에서 또 다른 식도락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음식으로는 국수가 있다. 국수는 종류에 따라 재료 및 만드는 방법이 다르고 지역별로도 다양한 특색이 있다. 구룡포에도 여러 가지의 특별한 국수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아귀내장 간 것과 다진 마늘, 고춧가루로 육수를 낸 국물에 아귀, 해산물(홍합, 새우, 더덕 등), 콩나물로 맛을 내고 마지막으로 칼국수를 넣는 모리국수이다. 모리국수는 포항시 구룡포읍에서 어부들이 일을 나갔다 부두에 돌아와 끓여 먹은 것으로 유래되었는데 싱싱한 해산물을 넣고 ‘얼큰하게’ 끓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5) 때마침 점심시간이 다가와 기대하는 마음으로 모리국수 식당을 방문했다. 12시가 되기도 전이었지만 식당 안은 여러 지역 말투의 손님들로 북적였다. 얼마간 기다린 끝에 아주 큰 냄비에 국수가 나왔다. 뜨겁기도 하고 얼큰하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한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먹는 그 순간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이 더 생각났는데 바다에서 생선, 해산물들을 잡고 부두에 돌아와 배를 채우던 어부들의 삶이 상상되어서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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