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당(古友當) - 현대의 중심에 있는 근대 일본식 가옥
고우당 내부로 들어가면 고우당 장옥이 감싸고 있는 인공정원이 보인다.
공상 과학 영화에서 미래와 과거로 이동하는 시간여행은 종종 등장하는 소재다. 시간여행은 과거로 돌아가 좀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르고 싶은 우리의 염원과 맞닿아 있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군산의 근대골목을 천천히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193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군산의 근대골목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일본식 건물로 거리가 가득 차있어 이국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중 가로등 불빛이 이끄는 좁은 길을 걷다보면 근대골목의 중심에 커다란 일본식 가옥인 고우당이 있다. 고우당은 일본식 가옥을 체험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다. 군산에 남아있는 110여 군데의 적산가옥(자기 나라의 영토 안에 있는 적국의 재산가옥) 중 하나이며, 현재는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 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일본식 가옥을 친환경 소재 다다미방으로 개조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일본식 연못 정원을 중심으로 별채, 사랑채, 봄, 여름, 가을, 겨울 등의 이름이 붙은 객실이 조성돼 있다. 1)
일제강점기 군산 일본인 거류지에 발달하였던 도시형 가옥형태로 주로 도로가에 상점을 겸하는 구조로 건축되었다. 일본식 가옥의 형태는 장옥, 정옥, 독립가옥으로 나누어진다. 장옥(주거형)은 여러 채의 주택이 나란히 한 동으로 건축되어 있는 구조고 정옥(상가형)은 도로에 면한 주거형식으로 보통 점포가 있고 점포 옆은 전정이라고 하는 공터가 있어 전면 3칸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독립가옥은 여러 개의 방과 화장실, 부엌 등이 있었으며 내부로의 연결은 마루가 깔린 복도가 그 역할을 하였다. 고우당은 도시가옥 주거형태 중 정옥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2) 지금도 도로가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 고우당의 옛 모습을 계승하는 것처럼 보인다. 카페 옆으로 좁게 나있는 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가옥으로 둘러쳐진 인위적이고 규모는 작은 자연을 담은 연못 정원이 있다.
고우당의 고요한 정원을 걷다보면 가옥의 아름다움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눈 내린 겨울밤 정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으면 적막한 공간은 발소리로 채워진다. 정원에 있는 연못가를 걸으면서 주변을 살피면 조금은 독특한 전경이 펼쳐진다. 고우당의 가옥 바로 뒤편에 줄지어진 아파트가 고우당의 주변을 감싸고 있다.
고우당 주변으로 현대식 아파트가 지어졌다. 아파트 벽면에는 시인 ‘고은’의 시구가 적혀있다.
아파트 벽면에 새겨 있는 고은 시인의 「군산은 항구다」 중 ‘내 고향 군산은 한밤중에도 뱃고동 소리가 들리는 곳’라는 시구가 눈에 들어온다. 유년시절을 군산에서 보낸 고은의 자취를 고우당 안의 정원에서 볼 수 있다. 고우당의 정원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군산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고우당(古友當)은 우리말로 '옛 벗들의 장소'라는 뜻이지만 '곱다'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 ‘고우당께’의 의미도 담고 있다. 일본식 가옥의 외관을 아름답다고 부르는 고우당이 아프게 온다. 일제강점기 군산은 수탈의 역사 속 중심에 있었다. 현재 고우당(古友當)이라는 이름은 아픔의 흔적들 위에 일본식 가옥의 아름다움으로 기억된다. 이름과 가옥은 아름답지만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