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내부 전시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롤, 위대한 유산… 학창시절 학교 도서관의 필독도서에 항상 꽂혀있던 해외 명작 도서들이다. 아침 자습시간마다 윤독도서로 돌려가며 읽은 “크리스마스 캐롤”은 최근 영화로 리메이크 되어 상영되기도 하고, 주인공인 스크루지 영감은 씀씀이가 지나치게 작은 구두쇠를 일컫는 세계 공통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이처럼 당대 영국 사회의 모습을 자연스레 작품에 녹여낸 수많은 명작들로 사랑을 받는 작가 찰스디킨스, 그를 기리기 위한 박물관이 바로 이곳이다.
런던 중심부와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디킨스 뮤지엄은 매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그의 소설들은 연령불문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진입 장벽이 낮은 작품들이기에 팬 층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그에 걸맞게 박물관 내에는 어린 아이부터 지팡이를 짚고 계단을 오르는 노인들까지 다양한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1840년 무렵, 글로써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바빴던 작가들 사이에서 나이, 경제적 환경,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쓰려했던 그의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이리라.
이곳은 찰스디킨스의 작품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방문객에게도 매력적인 장소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장소이기에, 1800년대의 앤틱을 공부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당시 중산층의 집에서 사용하던 앤틱 그릇 및 은제품들이 빅토리아풍의 다이닝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디킨스가 입었던 옷과 착장들이 그대로 마네킹에 입혀져 전시되어있다. 벨벳으로 장식한 화려한 침대 포스트와 침구류들, 다양한 조각들로 수놓아진 촛대들은 그의 작품과 연관 없이도 충분히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찰스디킨스 뮤지엄 내부
찰스디킨스 뮤지엄 전시물
작가의 물품들을 모아 그저 전시만 한다면 한 번 보고 지날 흔한 박물관이 되었을 것이다. 이곳은 박물관이라면 갖추어야 할 전시된 물품의 설명은 작품에 대한 기본 설명을 넘어서 작가에 대한 흥미로운 가십거리를 제공한다. 디킨스의 작품을 읽은 후 그에 대한 애정으로 찾아온 팬들이 충분히 열광할만한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그가 즐겨 입던 옷과 장착들이 전시된 마네킹 아래에는, 그가 패션에 남다른 조예가 있어 매일 아침 드레스 룸에서 옷을 세 번씩 갈아입었다는 이야기가 소개되어있다. 드레스 룸에 들어서 그 이야기를 읽는 순간, 전시된 옷을 빼어 입고 거울을 보며 수염을 다듬는 디킨스가 내 눈앞에 있는 듯 했다. 차림새를 다듬고 나와 계단을 내려가, 아름다운 아내와 앉아 식사를 하고 동료들과 차를 마시며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방문객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박물관의 안내도를 따라 관람을 하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부스, 작은 도서관에 도착한다. 작은 책장에 꽂혀있는 디킨스의 도서들과 그 아래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오래된 의자들이 놓여있다. “READ THIS”라고 쓰인 여러 권의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에서 한권을 뽑아 무작위로 디킨스의 작품들을 접해볼 수 있다. 긴 시간 작은 박물관을 뒤적거리며 관람했던 방문객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지금까지 봐왔던 물품들의 주인공이 쓴 작품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읽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이곳의 관람은 끝이 난다.
전시물
찰스디킨스의 옷
이곳은 매년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하여금 작품에 숨겨진 재미를 찾게 할뿐더러, 기꺼이 지불한 입장료로 새로운 작가들을 양성하고 그의 작품을 읽도록 독려하는 사업에 기여했다는 뿌듯함까지 느끼게 한다. 작가의 생애를 담아 간직하는 이곳은, 우리에게 감동을 준 작품들을 선사한 작가에게 주는 보답이다. 자신이 쓴 작품이 세월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고 오래도록 명작으로 기억되는 것이 작가로써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리라.
볕이 잘 드는 창가 아래 앤틱의자에 앉아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양피지로 된 디킨즈의 작품을 읽으며 오래된 영국의 풍취를 만끽할 수 있는 이곳, 찰스디킨스 박물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