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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는 통영의 눈짓, 김춘수 - 김춘수 유품전시관
김춘수 유품전시관꽃의 시인 김춘수의 유품 전시관은 2008년 개관했다. 김 시인의 육필원고 126점과 8폭 병풍 서예작품, 액자, 사진을 비롯해 생전에 사용하던 가구와 옷가지 등 33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동안 출간되었던 선생의 시집이 시작 연대와 함께 빼곡히 전시되어 있다. 특히 전시관 한쪽에는 김 시인이 생전에 기거하던 것과 비슷한 형태로 침대와 10폭 산수화 병풍, 액자 등을 넣어‘김춘수 방’을 꾸몄고 나머지 공간에는 옷가지와 책, 평소 쓰던 소지품, 사진 등을 전시해 시인의 숨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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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는 통영의 눈짓,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구절이다. 존재론적인 깊은 성찰을 통해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나간 대여 김춘수의 온기가 남아있는 김춘수 유품전시관은 잔잔한 물결이 이는 통영항을 향해 있었다. 그곳에서 김춘수의 작품과 그의 이름 앞에 ‘시인’이 쓰였을 때 그가 지녔던 따스한 유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통영항 앞마당 “김춘수 유품전시관”
김춘수 유품전시관의 내부. 김춘수의 생애의 궤적을 따라 이해하는 그의 작품세계.
김춘수 유품전시관은 그저 시인의 행적과 그의 작품세계만을 담은 평범한 전시관에 그치지 않는다. 시인에 대한 이야기만을 담은 곳이라면 그 어떤 곳에 있어도 무방했을 것이다. 그곳이 서울이든 부산이든 ‘김춘수’라는 시인의 온도를 나누러 많은 사람들이 찾았을 테지만, 이 유품전시관이 스스로 가치를 갖는 부분은 바로 김춘수의 고향, 통영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영은 역사적인 해양도시로서 많은 기능을 수행해왔다. ‘삼도수군통제영’이라는 특별구역으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가질 수 있었던 독자적인 통영만의 문화는 해양도시로서 가능했던 활발한 해상무역과 찬란한 신문물의 수용으로 화려하게 수놓아져 왔다. 평온하지만 고요하지는 않은, 활기차지만 시끄럽지는 않은 통영항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곳은 김춘수가 왜 그토록 ‘통영’을 자신의 작품 속에 넣어두었는지 알려주고 있다.
김춘수가 새긴 바다 내음, 통영
“내 고향은 경남 통영이다… 봄에는 바닷물이 연두색이 되었다가 신록과 함께 짙은 초록으로 바뀐다. 한려수도를 건너서 불어오는 바람은 봄에는 진달래꽃 빛을 하고 느릅나무 어린 잎사귀를 흔들어준다.”2)
김춘수의 수필 중 그가 바라보는 통영이 어떠한 모습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봄의 바닷물은 보드레한 연둣빛을 하고 찰랑대며 여름엔 씩씩한 초록빛으로 출렁였을 것이다. 겨울이 지나 만연한 봄이 되면 연분홍 진달래가 한려수도를 수놓았을 것이다. 드넓은 포부를 가진 강인한 바다가 연한 물빛을 내비칠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통영의 바다만이 가진 유일무이한 아름다움일 터이다. 김춘수가 기억하는 통영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었던 것일까. 아름다운 통영의 바다를 마주하였을 때의 감동을 남기고 싶다면 렌즈의 눈으로 대신 찍어 둘 수도 있고, 더욱 손쉽게는 영상을 만들어 언제든지 재생시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느낌’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면 마음을 담은 글만큼 강력한 것이 있을까. 더군다나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의 멋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의 글이라면.
“내 고향 바다는 너무나 멀리에 있다… 나는 자주자주 바다를 꿈에서만 보곤 했다… 바다, 특히 통영(내 고향) 앞바다-한려수도로 트인 그 바다는 내 시가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든 그 바닥에 깔린 표정이 되고 있다.”
전시가 시작되는 벽에 걸린 김춘수가 통영에 대해 쓴 글이다. 통영을 떠나 타지 생활을 시작한 시인에게 고향의 갈매기 울음소리는 바다를 불러 주었고 그것은 곧 시인의 표정이 되었다. 시인이 쓴 글에는 시인의 목소리와 표정이 담겨있다. 시인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에도, 사랑하는 것들을 노래할 때에도 짓던 그 표정. 그리고 시인이 도시생활에서 그리워했던 통영의 바다 내음은 그의 시 속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약한 것을 보듬을 줄 아는 고운 마음을 가르쳐 준 파도와 춥고 험한 현실에서도 그 마음을 잃지 않도록 일으켜준 해풍은 그가 통영을 떠나서 생활하는 내내 그의 곁을 지켜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늘 자신의 옆을 든든히 지켜주는 방파제 같은 고향의 바다를 그리워한 것이 아닐까. 그것은 꿈에서까지 고향을 그리워했던 통영을 고향으로 둔 김춘수만이 새길 수 있는 통영일 것이다.
꽃의 시인 김춘수부터 시작해서 “토지”의 박경리, 청마 유치환, “석류꽃”의 김상옥, 꽃신의 작가 김용익 등 통영에서 난 작가들은 신기하게도 모두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도가 텄다. 그중에서도 통영 바다의 물결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문학으로 승화시킨 김춘수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유지하며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통영의 고운 하늘과 바다를 사랑했던 김춘수답게 그의 손때가 묻은 많은 물건들이 통영항을 바라보며 가만히 늙어가고 있었다.
김춘수유품전시관 내부 1
김춘수유품전시관 내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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